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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기사

“북한 결핵문제는 무관심속에 천천히 진행되는 재앙”
관리자|2019-07-10 조회수|1,326

“북한 결핵문제는 무관심속에 천천히 진행되는 재앙”

 

 

“북한의 결핵 문제는 승객 13만 명이 타고 있는 커다란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과 같은 형국입니다. 당장 가라앉는 게 아닌 것처럼 보이니 긴박하게 느껴지지 않고 결국 그러다가 결국 기회를 놓칠 겁니다. 당장 이들을 살릴 구명조끼를 준비해 전달해야 합니다. 구명조끼를 전달하는 사람보다는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인세반(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은 현재 북한의 결핵 상황을 ‘침몰하고 있는 배’에, 결핵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약을 ‘구명조끼’에 비유했다. 인 회장은 북한 결핵 환자 지원 사업에 대한 세간과 언론의 조명을 받을 때마다 극구 자신에게 집중되는 관심을 정중히 거절해왔다. 최근 북한 결핵 현황에 대한 보고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지원 사업이 시작된 계기와 그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한시라도 치료제 지원이 급한 북한 결핵 환자 문제에 더 집중해달라"고 했다. 지난 17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유진벨재단(www.eugenebell.org)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북한 결핵 환자를 얼마나 지원하고 있나

 

지난 1995년 대기근으로 어려움을 겪던 북한 주민을 위해 식량을 지원한 것이 시작이다. 그러다가 1997년 북한보건성 최창식 부상이 결핵 환자에 대해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계기로 결핵 퇴치로 사업을 전환했다. 

 

2008년부터는 북한 내 최초로 일반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결핵(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 만들었다. 이른바 ‘조기 진단하고 조기 치료하는 프로그램(EDET)’이다. 다제내성결핵은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비용도 일반 결핵 치료 때보다 100배가 더 든다. 현재 재단이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 환자 한 명을 완치시키는 데 약 18개월이 걸린다. 

 

현재 북한 내 지원 지역은 평양과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 등이다. 현재 EDET 프로그램에 등록된 환자 수는 700명에 이른다.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결핵 환자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북한을 다녀왔다.

 

북한에서 결핵을 치료하려면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다제내성 결핵을 검사하는 장비인 ‘진엑스퍼트’와 이 장비를 활용하기 위해 환자의 객담을 담는 ‘일회용 진단카트리지’, 일반 결핵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제 감수성 결핵약제’와 이 약에 대해 내성을 가진 환자를 위한 ‘다제내성 결핵약제’, 그리고 결핵 환자가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고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깨끗한 ‘병동’ 등이다. 유진벨재단은 이 중 진엑스퍼트와 진단카트리지, 다제내성 결핵약제와 병동을 지원한다.

 

내년 6월이면 북한 내 일반 결핵약이 바닥난다고 들었다.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그간 국제기금 글로벌펀드에서 일반 결핵약인 약제 감수성 결핵약제를, 재단이 다제내성결핵약을 지원해왔다. 그런데 지난 5월 글로벌펀드 이사회가 향후 북한 결핵 환자에 대해 계속 지원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 비축된 일반 결핵약들은 내년 6월이면 다 동난다. 지금 당장 약을 구해 보낸다 하더라도 통관과 검역 과정을 고려하면 최소 9개월이 걸린다. 약을 늦게 지원하면 할수록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공백기간이 길어진다.

 

문제는 결핵은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약이 떨어져 치료를 하지 못할 경우 환자만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새 환자가 생겨날 수 있다. 결국 북한에서 결핵이 창궐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북한에는 현재 13만명가량의 결핵 환자가 있다. 이들에게 약을 지원하는 데 6개월가량 공백이 생기면 6만 명 이상이 치료받지 못한다. 그 공백이 생기기 전에 약을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평양 내에 결핵 환자용 병동 20개를 지었다. 어떤 일을 계획 중인가 

 

지난해 가을에 지은 결핵 환자용 병동은 통풍이 잘되면서도 결핵균 전파를 막기 위해 격리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온수를 이용한 난방시스템도 있다. 현재 우리 프로그램에 등록된 환자만 700명이기 때문에 사실 병동 개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환자를 충분히 수용해 치료하려면 평양에만 최소 100개 병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평양뿐 아니라 평양남북도와 황해남북도 등 다른 지역에도 병동을 50~100개씩 짓고 싶다


북한 결핵 퇴치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먼저 정치적인 이유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북한 결핵문제를 한반도 문제라고 자각하고 바라봐야 한다. 남북의 정치 분위기가 어떠냐에 따라 결핵 환자 지원 사업이 수월하기도 하고 어려워지기도 한다. 글로벌펀드 같은 국제기구의 도움도 절실히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사회가 나서서 북한 결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결핵 문제를 너무 국제사회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반도의 문제라 생각하고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결핵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결핵 상황은 13만 명이 타고 있는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당장 위급하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이 사람들을 구할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다.

 

재단이 열심히 결핵 퇴치 사업을 하고 있지만 환자 중 25%만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조건을 한국은 모두 갖추고 있다. 같은 민족이고 같은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정치 문제로 전염병 관리를 함께 하지 않는 사례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만에 하나 남북이 분단되지 않았다면 한반도 결핵 문제는 이미 수십 년 전에 해결됐을 것이다. 결핵은 20세기 동안 한국전쟁보다 더 많은 한국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마터면 21세기에도 한국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